마하람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하람은 1902년 러시아 출신 미국 이민자 루이스 마하람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루이스는 맨해튼 월스트리트 옆에서 자투리 천을 손수레에 담아 다니며 파는 것에서 시작하여 뉴욕시 중심에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마하람을 키워냈습니다.
뉴욕시 마하람 디자인 스튜디오.
1940년대 마하람은 극장 의상과 세트 디자인용 원단의 주요 공급업체가 되었고 196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도시에 빌딩 붐이 일면서 고층 건물과 사무실이 세워지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만자리(Manzari)는“현대 인테리어 패브릭 업계의 시초를 알리는 변화였습니다. 의자 커버와 부드러운 가구, 커튼의 필요성이 급증했고 마하람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큰 계약들을 성사시키면서 크게 확장하게 된 것이죠.” 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에 주는 영향을 감소하는 정책 없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마하람은 다양한 예술가 및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합니다. 마하람 고객의 대부분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이들에게 무엇인가 혁신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분야 간 소통의 장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 중 대부분은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곳들 이지만 인테리어 패브릭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 중국 예술가 아이웨이웨(Ai Weiwei)입니다. 만자리에 의하면 디자인 과정은 일종의 상부상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폴 스미스는 의류와 액세서리에 집중하는 패션 브랜드라서 폴 스미스가 사용하는 색상은 보통 저희가 영감을 얻거나 일반적으로 다루는 소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함께 작업하면 두 디자인 스튜디오 모두 기존의 사고에서 탈피하게 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폴 스미스의 Exaggerated Plaid 울 소파 커버 – 폴더(Polder) 소파
가끔 가공되지 않은 섬유로 작업하다 보면 작업 과정이 아예 뒤엎어질 때도 있습니다. 마하람이 베를린 베이스의 네덜란드 출신 산업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Hella Jongerius )와 작업했을 때의 일입니다. 용에리위스는 비트라(Vitra)나 이케아(IKEA)와 같은 회사와 작업한 경험은 있었지만 가구의 패브릭을 작업하는 건 처음이었고 원사에서 패브릭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잘된 일이었죠.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질 테니까요. 왜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느냐든지 다른 마감이나 질감을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되느냐든지요. 혁신은 그런 질문에서 탄생합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울 섬유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굉장히 발전했으며 호주 메리노 울은 섬유 한 가닥의 직경이 인간 머리카락의 반밖에 안 되는 세계에서 가장 섬세한 섬유이지만 울의 처리 과정은 울의 제직을 기계가 맡는다는 것 외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50, 100년 전 처리 과정과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만자리는 말했습니다. “달라진 건 원사와 사람들이 원하는 색상과 마무리 공정이죠. 그래서 다른 업계의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마하람을 계속 매력적인 브랜드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과거를 항상 뛰어넘어서요.”
““가끔 가공되지 않은 섬유로 작업하다 보면 작업 과정이 아예 뒤엎어질 때도 있습니다.”
마하람 패브릭의 상당수가 예술성을 인정받아 시카고 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Stedelijk Museum) 등 여러 곳의 영구 소장되어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디자인은 저희 일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회사라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라고 만자리는 말했습니다. “모든 신제품을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고 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 제품이 혁신적이고 사람들의 사고를 넓혀줄 거라 믿고 내놓죠.”
그렇지만 마하람은 그 역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포화된 시장에서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의자 커버와 커튼 등 20세기 패브릭은 여전히 마하람의 주력 상품입니다. 군나르 오고르 안데르센(Gunnar Aagaard Andersen), 찰스 임스& 레이 임스(Charles and Ray Eames),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등 20세기 중반 현대 미술의 주축들의 작품과 디자인을 아름답게 최신 스타일로 재탄생시켰죠. 그 외에 오리지널 콘트랙트 (Original Contract Textiles) 같은 마하람 고유의 오리지널 울 플레이드나 소프트 트위드를 재해석한 제품도 있습니다.
마하람을 위한 양모 직물 디자인, 폴 스미스 작.
마하람의 폭넓은 사업 방식은 지속 가능성도 포함합니다. 만자리에 의하면 “이제는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 없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희 정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마하람은 ISO 14001 인증 회사이며 그 규제를 떠나서 자체적으로 환경 보호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생분해되며 마모에 강한 메리노 울과 같은 천연 섬유를 사용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성능과 미학이 어우러져 마법을 일으킨다고 만자리는 말했습니다. “울은 모든 면에서 다른 어떤 섬유보다도 뛰어납니다. 화려하고 진한 염료를 잘 받아들이며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고 몸을 따듯하거나 시원하게 유지해주며 거의 모든 방화 기준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패브릭을 울로 만드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